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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린도 전서와 미국 사회(5)] 바울은 남성우월주의자?

밝은터 2009. 10. 29.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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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jab by markb120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바울이 태어났던 다소에서는 여인들이 수건을 머리에 덮는 것을 예의 범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린도에 있던 그리스도인 여인들은 헬라 여인들처럼 예배할 때 자신들의 머리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논란이 고린도 교회에 일었던 것 같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바울의 답변이 고린도 전서 11장에 나옵니다. 머리에 수건을 두르는 게 굉장한 이슈였던 것 같습니다. 이는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 술과 담배를 하는 게 굉장한 이슈인 것과 비슷한 듯합니다. 이에 대한 주석을 살펴보았는데, 대부분의 주석가들은 머리에 수건을 두르는 것을 복종의 의미로 해석하거나 남성의 우월성에 대한 이야기로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이슬람 문화에서는 여성이 머리를 가리는 것이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고민이 됐습니다. 고린도전서 11장을 읽고 또 읽어도 주석가들의 해석이 마음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고린도 전서 10장까지 바울의 편지 내용을 보면 엄격한 율법이나 법칙주의자가 아닌 것을 봤기에 머리에 수건을 두르는 것을 엄격한 법으로 규정하는 듯한 어조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1111절에 바울이 표현했던 것처럼 남자와 여자는 서로 의존관계이지 종속관계나 독립관계가 아닌 것을 볼 때도 남성에 대한 권위의 표시로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울은 11장 초반에 그리스도인 모든 남자의 머리이고 남편은 모든 여자의 머리라는 표현을 씁니다. 페미니스트들은 이를 남성우월주의적인 표현이라고 주장합니다. 미국 사회는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거나 행동을 하면 즉각 법적인 조치가 있는데 그만큼 여성들의 지위가 높아져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근거해서 여자가 머리에 수건을 두르는 것은 남성에 대한 권위인정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페미니스트들이 너무 여성 중심적인 해석을 하며 남성을 공격할 때 남성은 방어기재를 사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옛 해석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울은 정말 남성우월주의자였을까요? 그리스도에 이끌렸던 자였기에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믿습니다.

저와 제 아들의 대화에서 조금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첫째 아들( 10)은 어제 저에게 예수님이 하나님이면서(삼위일체) 동시에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개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질문을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성진아, 너는 내 아들이지? 동시에 너는 나의 분신이기도 해. 너는 곧 나인 것이지.” 첫째 아들 성진이는 제 아들이면서 제 자신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식을 얼마나 사랑합니까. 아들이니까 사랑하기보다는 내 자신이니까 사랑하는 것입니다. 아들이라는 표현은 인간의 이해와 질서를 위한 관계적인 표현이고 아들이 내 자신이라는 것은 그것을 뛰어넘는 형이상학적인 표현인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설명하는 것도 그런 방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성이 여성의 머리라는 표현은 이해와 질서를 위한 것이지만 결국 머리는 예수 그리스도(11:3)이라는 형이상학적인 표현을 쓰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니라는 성경 말씀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머리에 둘러 쓰던 안 쓰던 그게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술을 마시던 담배를 피우던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그러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님을 생각할 때, 우리는 그것을 분별하는 능력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의 고린도 전서 11장 편지글은 그런 관점으로 볼 때 여성 비하 발언도 아니고 남성우월주의적인 발언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직 그리스도를 머리로 두기 위한 이해와 질서를 위한 말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