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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도 긴 생각

글쓰는 이가 존중되는 사회

밝은터 2009. 8. 15. 14:44
Day 106 - I am a librarian
Day 106 - I am a librarian by cindiann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행동가들은 글쓰는 이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들은 행동하지는 않으면서 책상에 앉아서 손만 놀리며 글을 쓴다."

이는 글쓰는 게 얼마나 큰 노동인지를 잘 모르는 분들이 하는 말입니다. 글쓰는 것은 노동 중의 노동이요 건강까지 해치는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입니다.

저도 글을 오랫동안 써봤더니 이렇게 상노동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차라리 움직이는 게 낫지, 차라리 활동가가 되는 게 낫지 라고 생각하며 글을 쓸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하늘이 나에게 주신 재능이 글쓰는 것이라 그것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힘들어도 앉아서 쓰는 게 제가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글을 쓰려면 세상을 봐야 하고 대화해야 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글이 나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은 책상 앞에서 씨름하며 보내는 자가 글 쓰는 자입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역사서, 성서, 문학서 등은 글 쓰는 이들의 노동에 의해 남겨졌습니다. 그들의 노동이 없었다면 지난 일들을 우리가 도무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 중에는 행동하는 자도 있었지만 대부분 행동하는 자들의 행적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글쓰는 이였습니다.

성경은 누가 썼을까요? 사도 바울이? 예수님이? 성경은 쓰는 이가 따로 있었습니다. 글쓰는 이는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 됩니다. 현장에 없으면서 글이나 끄적거린다고 말하면 글쓰는 이에게 큰 실례죠. 글쓰는 이는 현장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현장에 있던 사람의 증언을 토대로 글을 쓰면 됩니다.

성경도 그렇게 작성된 게 많이 있습니다. 직접 본 사건을 적은 내용도 있지만 증언을 바탕으로, 아니면 이전 자료를 정리해서 집대성한 것도 있습니다.

글쓰는 자가 현장에 없다고 너무 쉽게 무시하면 안 됩니다. 그것은 역사를 송두리채 무시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