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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풀어내는 것은 종교적이다

밝은터 2010. 1. 26. 13:17

Korean Fans 2006 WBC
Korean Fans 2006 WBC by iccsport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한국과 미주 한인 사회에서는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화제의 이벤트가 됐다. WBC는 야구 월드컵이다. WBC는 축구 월드컵보다 전 세계적인 관심도와 집중력이 덜한 편이지만 적어도 한국인들에게는 중요한 행사로 여겨진다. 나의 지인은 이 대회를 참관하기 위해 한국 직장에서 휴가를 내고 미국에 왔을 정도다.

WBC는 왜 한국인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가 생각해 보았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야구가 인기 스포츠이기 때문에, 몇 달 동안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에, 일본과 맞대결이 자주 있기 때문에 등등 여러 이유가 있다.

나는 WBC와 스토리 텔링(Storytelling)을 연관지어 생각해 보았다. 스토리텔링은 사전적인 의미로는 ‘이야기하기’이다. 이야기를 하는 자를 스토리텔러(Storyteller)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과 WBC는 무슨 연관이 있을까.

WBC에는 단순히 승패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승패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있다. ‘봉중근 의사와 이치로 히로부미’와 같은 말이 생산되고 사람들의 입에 회자된다. 야구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WBC를 둘러싼 이야기가 대화를 이끌어가는 ‘꺼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대회 중에 방문했던 교회에서는 설교자가 설교 중에 WBC 이야기를 하며 ‘한국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했는데 청중들은 이 말에 잠시 웃을 기회가 있었다. 이처럼 WBC에는 공통으로 관심 있는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들이 더욱 집중을 하는 것이다.

축구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공통된 관심사가 우리를 기쁘게 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나도 2세인 자녀와 WBC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 아들은 WBC에 대해 궁금한 게 많고 아빠는 이에 대해 답변해주기 바쁘다. 이야기가 있는 곳에 관심이 집중되고 대화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WBC에 스토리 텔링이 있기에 이야기가 있기에 우리의 관심은 집중된다.


영성과 감성을 하나로 묶는 미래교회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레너드 스윗 (좋은씨앗,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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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미래학자인 레너드 스윗은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능력은 철저하게 종교적인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경험을 조직화한다”고 덧붙였다. 

WBC와 스윗이 한 말을 연관짓는다면 세계 야구 대회에서의 경험이 이야기로 펼쳐질 때 이는 종교적인 요소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냥 야구가 좋은 게 아니라 어떤 종교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몰두한다고 볼 수 있다. ‘봉중근 의사와 이치로 이로부미’라는 말은 바로 어떤 경험이 이야기로 풀어내어진 것이고 사람들은 이런 표현을 듣고 보면서 희열을 느낀다.
 

배경화면용 소녀시대 포스터?!
배경화면용 소녀시대 포스터?! by 정호씨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2009년 초반 한국에서 불었던 또 다른 대중문화적 현상은 바로 소녀시대와 최양락 신드롬이었다. 소녀시대는 9명의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여성들로 구성된 음악그룹으로 그들이 부른 ‘Gee’라는 노래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왜 소녀시대와 Gee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을까. WBC처럼 여러 이유가 있다. 소녀시대의 멤버들이 귀엽고, 노래도 잘하고, 예의도 바르고 등등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아내는 “TV에 자주 나오니까 그렇지”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다 맞는 말이다.

이를 스토리 텔링의 관점으로 본다면 흥미롭다. 9명의 ‘소녀’들은 각자가 다양한 경험이 있다. 그들이 토크쇼나 인터뷰에서 쏟아내는 말들은 지겹지가 않고 신선하다. 9명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욱 신선하게 들린다.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기에 이들은 더욱 자주 TV출연을 하게 되는 것이다. 표현이 거칠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솔직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는 멈춰지지 않는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써먹으면 금세 겹지만 소녀시대는 새로운 이야기를 연일 쏟아내기에 TV만 켜도 소녀시대가 나온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거의 신드롬을 일으키는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


최양락 / 개그맨
출생 1962년 5월 20일
신체 키183cm, 체중8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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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락이라는 80-90년대에 인기 있었던 개그맨이 최근 ‘황제의 귀환’이라는 타이틀로 복귀하면서 놀라운 인기를 끌게 된 것도 그의 ‘스토리 텔링’이 신선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시 젊은이들은 그가 쏟아낸 옛 이야기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성경도 사실 이야기로 구성됐다. 도덕경전이 아니라 피조물의 희로애락을 담은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다. 예수님도 이 땅에서 했던 것들은 주로 스토리텔링이었다. 하나님 나라, 하나님의 성품, 그리고 그의 뜻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인간의 근본을 다루는 스토리텔링이었기에 그의 복음은 지금까지도 사람들 사이에 읽혀지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는 사람들을 끄는 힘이 있다. 종교적이기 때문이다. 그 스토리를 어떤 관점으로 어떤 정착지로 이끌고 갈 것인가는 스토리텔러와 청중의 마음과 뜻에 달려 있다. [밝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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