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와 영성
아이들의 웃음소리 본문
American Little League Baseball Kid by iccsports
가수 이문세 씨가 부른 '그녀의 웃음소리뿐(1987)'이라는 노래는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많은 젊은이에 의해 불렸다. 이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어느 지나간 날엔 오늘이 생각날까 그대 웃으며 큰소리로 내게 물었지. 그날은 지나가고 아무 기억도 없이 그저 그녀의 웃음소리뿐." 다른 것은 기억 속에서 사라졌지만 그녀의 웃음소리가 기억에 남는다는 내용이다.
나는 잠이 부족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있어 심리 상태가 좋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여러 방법으로 이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역시 명약은 '아이들의 웃음'이었다. 아이들과 킥볼(발야구), 야구, 알까기 등을 했는데 아이들은 역시 신이 났다.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와 모습을 듣고 보면서 나의 처진 마음은 많이 회복됐다. '그녀의 웃음소리뿐'이 아닌 '아이의 웃음소리뿐'이라는 노래를 한 곡 써야 할 판이었다.
그러면서 생각난 것은 우린 스포츠를 하면서 너무 많이 심각하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최경주 선수는 한 대회에 참가해서 성적이 좋지 않자 "허허" 웃으며 하루를 마감했다고 한다. 최경주는 스포츠를 즐길 줄 아는 선수인 것 같다. 웃으면 대충하는 것처럼 보여서 프로 선수들은 일부러라도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스포츠 경기 취재를 했을 때 놀란 점은 패한 팀의 라커룸에 들어가면 거의 초상집 분위기가 연출된다는 점이다. 져서 기분 좋을 선수는 없지만 그렇게까지 '연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이만수 코치(현 SK 수석코치)는 "패한 후에 웃는 선수는 동료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고 기자에게 설명한 적이 있다. 이는 아마도 "너희는 수백만 달러, 수천만 달러를 받는 선수이니 심각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계속 듣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항상 "깔깔" 대는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 그러나 결과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그것이 인생의 전부인 양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아이들도 이러한 '승부의 세계'의 맛을 봤기 때문일까. 동네 스포츠를 해도 무조건 이겨야 기쁘고 지면 슬프다. 어떤 아이들은 가볍게 한 스포츠에서도 지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 사회는 이러한 아이들에게 '쟤는 승부욕이 강해. 멋지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게 멋져 보일 일이 아니다.
스포츠는 즐김과 보람이 핵심어다. 스포츠를 통해 즐김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보람이 따르면 금상첨화다. 스포츠는 그런데 '승리'가 최고가 됐다. 이기면 모든 게 용서된다. 사실 경기를 즐기는 선수가 가장 무서운 선수인데 즐기는 선수는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의 축구스타 ‘초롱이’ 이영표 선수는 언젠가 "축구는 즐기고자 하는 것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여기서 즐기는 사람은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즐김 자체가 승리이다. 공익에 위배가 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을 즐겁게 하는 이는 인생에서 승리한 자이다.
스포츠를 즐기는 자가 웃는 웃음은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최근 S와 농구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재미있게 농구를 했다. 재미난 말과 행동으로 함께 농구 했던 이들을 즐겁게 했다.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그는 승리한 사람이었다. 오늘도 저녁에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 아이들의 소리는 바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밝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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