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와 영성
잠시 렌즈를 버렸던 사연 본문
스포츠 스타들은 다른 분야의 스타 못지않게 이미지가 중요하다. 좋은 실력에 좋은 이미지까지 보태어지면 미국 메이저 스포츠에서 천만 장자가 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이미지는 주로 언론을 통해 만들어진다. 팬들 입장에서는 어떤 렌즈를 통해 선수들을 보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진다. 렌즈는 곧 언론이다.
뉴욕을 예로 들어보자. 뉴욕 스포츠 팀들과 선수들은 주로 뉴욕 타임스라는 초대형 일간지의 편집국장과 일선 기자들이 가진 렌즈를 통해 이미지가 전달된다. 독자들은 그들이 전하는 선수들의 이미지를 복사한다. 개인적으로 팀과 선수를 접할 기회가 있어서 나만의 렌즈로 그들의 이미지를 봤다면 다른 시각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언론이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이미지일 수 있고 더 나쁜 이미지일 수 있다. 물론 비슷할 수도 있다.
나는 얼마 전부터 미 주류 사회에서 최고라고 불리는 모 신문 구독을 중단했다. 이유는 그들의 렌즈로 세상을 보다 보니 ‘해석 방법’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이덴티티’가 변색되는 느낌이었다. 마이너리티를 은근히 무시하는 그들의 렌즈를 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렇다고 그 신문을 아예 읽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안에 따라 그 신문에서 운영하는 웹진에서 기사를 검색해 읽는다.
어떤 분은 ‘우리가 미국에 동화되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강조하지만 아직은 미국이 아시안(영어를 아무리 잘해도)을 ‘미국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성숙한 단계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의 독특하고 깨끗한 렌즈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슨 렌즈를 끼느냐에 따라 우리의 눈길과 관심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내린 중대한 개인적인 결정이었다.
한국에서 생부를 만난 토비 도슨은 몇 년 전 밝은터(이 블로그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를 찾는 입양아’로만 비치는 것이 싫고 부담스럽고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런데 언론의 렌즈는 그것에만 집중되어 있다. 그것이 이야깃거리가 되고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이 토비의 가족과의 만남을 상세히 소개한 후에 렌즈의 각도를 틀어서 한국의 입양아 ‘수출’, 미아에 대한 이야기로 관심을 다각화시켜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수년 전 수퍼보울 MVP 하인스 워드로 인해 한국의 혼혈인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바뀌었던 것처럼 입양아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확산했으면 한다. 입양아에 대한 관심은 결국 미혼모의 사회 문제와 문란해진 성문화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언론이 렌즈의 방향을 바꿀 때 그 렌즈를 그대로 따라가는 독자나 시청자 및 청취자는 새로운 방향에 관심을 두게 되어 있다. 하인스 워드의 한국 방문 이후 한국의 모 방송국에서는 혼혈아의 이야기를 다룬 ‘깜근이 엄마’라는 특집극을 방영해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데 이러한 시도는 특정인들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를 수정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렌즈가 필요하다. 렌즈의 역할을 하는 언론, 철학, 종교가 있고 ‘이 중에서 어떤 렌즈를 가진 언론(또는 철학, 종교)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선택권이 있는 시민들이 있다. 대다수가 어떤 렌즈를 끼기로 하느냐에 따라 이미지도 바뀌고 세상도 달라진다. 아, 말하다 보니 렌즈 닦을 시간이다. 렌즈가 더럽네….[밝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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