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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종교

밝은터 2009. 12. 24. 03:50

Angels Fans During 2002 WS Game
Angels Fans During 2002 WS Game by iccsports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스포츠와 종교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대 올림픽 경기는 제우스신을 숭배하고자 열렸고 대부분 스포츠 경기는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기록됐다. 신약성서에도 보면 사도 바울이 스포츠와 관련된 용어를 써가며 전도를 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오늘날 미국의 스포츠도 종교와 비슷한 면이 많이 있다. 인류학자인 말리노우스키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미국 스포츠의 많은 부분이 종교와 닮은꼴이라고 한다. 그는 "종교 행위의 많은 부분이 긴장을 풀고 마음을 집중시키는 데 있는데 스포츠는 그런 면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스포츠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노래를 부르는 것은 종교적 예배와 비슷하고 선수들과 코치들의 행위를 보면 종교를 연상케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야구의 투수가 피칭을 준비하기 전에 몸을 풀면서 똑같은 순서를 반복한다든가 마운드에서 반복되는 같은 움직임은 종교적이라는 것이 말리노우스키의 설명이다. 또한 운동 선수들이 터부(taboo)시하는 것을 절대하지 않는 것도 종교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말리노우스키는 주장했다.

스포츠와 종교의 비슷한 다른 하나는 바로 이성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데 있다. 르네상스, 프랑스 혁명을 거친 이후 이성이 이 세상을 지배했지만 스포츠와 종교만은 이성이 절대적으로 좌지우지하지 못했던 분야다. 기적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성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게 기적이다.

예를 들어, 2007 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리그 최고 승률팀인 댈러스 매버릭스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것은 이성주의자로서 당연한 일이다.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사들은 모든 이성을 다 동원해 매버릭스의 쉬운 승리를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나 매버릭스는 혼쭐이 났다. 이 밖에도 과거에 도저히 누를 수 없는 팀이었던 소련 아이스하키팀을 미국의 대학 선발군이 레이크 플래시드 올림픽에서 누른 일은 기적 중의 기적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이성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스포츠에서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은 수도 없이 많이 발생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이 미국의 메이저리그 올스타팀을 누른 것은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작은 기적이었다.

재미난 사실이 하나 있다. 야구에서 빌 제임스와 같은 통계전문가들이 이성으로 야구를 설명하고자 할 때 반기를 든 사람들은 다름 아닌 이성을 가장 중요시했던 기자들이었다. 객관성으로 선수를 평가하고자 할 때 기자들은 "야구는 숫자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빌 제임스, 폴 디포데스타 등을 '컴퓨터'로 장난을 치는 사람들로 치부했다.

그토록 이성과 객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그들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의외였다. 실제 그들의 주장처럼 야구를 비롯한 스포츠는 객관적 통계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다. 이들의 그러한 태도로 이 사회를 분석하고 뉴스를 전했더라면 이 사회가 이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세상을 객관성과 이성만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이미 실패했음이 입증됐다. 미국의 야구 기자들의 주장처럼 이성이 해결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세상을 해석하는 데 필요하게 됐다. 객관적인 팩트(fact)만 주겠다고 고집하는 사람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다. 20세기의 사고로 21세기를 맞는 사람은 시대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다. 이제는 '이성+그 무엇'이 합쳐져야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그 무엇은 종교이다. [밝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