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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운동선수의 죽음과 영화 매그놀리아

밝은터 2010. 1. 23. 15:39
NFL Football: New York Giants at Washington Redskins (Nov 30)

 션 테일러는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풋볼 선수였다. 마이애미(플로리다)대를 졸업한 후 북미풋볼리그(NFL)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5번으로 지명됐던 테일러는 '미스트(Meast)'란 별명을 가진 상대 공격수들이 두려워하는 수비수였다.

 '미스트'는 사람이란 의미의 'Man' 앞글자에 동물이란 뜻의 'Beast'의 B를 뺀 것을 합성한 표현이다. 어떤 이는 '절반은 사람, 절반의 짐승(half-man, half beast)'이라고 테일러를 불렀다. 그 정도로 그는 힘이 세고 위력적인 수비수였다. 

 총기 소유 문제, 음주 운전 문제 등으로 경찰 조사를 자주 받았던 테일러는 딸 재키(당시 18개월)가 태어난 후 건실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2007년 11월26일 새벽 1시45분 그는 자신의 집에서 침입자의 총에 맞았고 헬리콥터에 실려 병원으로 긴급후송됐지만 출혈이 심했던 탓에 27일 새벽 3시30분 사망했다. 

 테일러가 총에 맞았던 당시, 나는 톰 크루즈가 출연했던 영화 '매그놀리아(1999)'를 보게 됐다. 옛날 영화이지만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든 훌륭한 작품이었다. 

 이 영화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노부부는 싸우고 있었다. 이 부부는 틈만 나면 언성을 높여 싸웠고 총알이 장전되지 않는 총을 들고 서로 위협하곤 했다. 이 싸움에 질려버린 아들은 어느 날 몰래 총알을 넣었는데 어머니가 부부싸움을 싸움하는 중에 방아쇠를 당겨 발사됐다. 총알은 아버지를 비켜나갔다. 그런데 그 총에 맞은 사람은 다름 아닌 아들이었다. 아들은 부모가 싸우고 있을 때 자살을 하고자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렸고 부모님이 사는 아파트 창문을 지나가는 순간 총알받이가 되고 말았다. 그 총알을 맞지 않았더라면 아들은 살 수 있었다. 마침 아파트에서 그물을 쳐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들은 떨어져도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아들은 그러나 모친이 쏜 총에 맞고 사망했다.' 

 


 아들의 죽음은 필연이었을까 우연이었을까.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우리의 실생활에서도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벌어진다. 테일러의 죽음은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방탕하게 살다가 착하게 살려고 결심했던 테일러는 왜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을까.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은 사람이 왜 피살을 당했을까. 토니 던지(인디애나폴리스 콜츠 감독)처럼 좋은 사람, 좋은 감독의 아들이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 가장 위대한 NBA 아나운서였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던 칙 헌은 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뇌진탕으로 사망했을까.

 OOO는 왜 일찍 죽지 않고 저렇게 오래 사는 것일까. 
 
 인생에서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한 후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고 그 결론에 따라 삶을 운영한다. 그러나 아무도 정답을 알 수 없다. 확실한 것 하나는 우리 모두에게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죽지 않으려고 불로장생 영약을 구하고자 했던 진나라의 시황제는 50세에 사망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빌 게이츠도 워런 버핏도 성녀였던 테레사 수녀도 죽음을 맞이한다. 우리는 신문에서 매일 부음 기사를 접한다. 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 아니면 10,20년 후가 될지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은 죽음의 선을 지나야 한다. 

 '나만은 죽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이 우리를 욕심쟁이로 만들고 교만 덩어리로 만든다. 스포츠 스타들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 피할 수 없는 필연이 죽음이라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죽음의 피니시라인(finish line)에 다가선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테일러의 죽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밝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