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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레이커스 가드 데릭 피셔와 WWJD

밝은터 2009. 4. 19. 17:16

희귀병의 딸

내가 어려울 때면 항상 내 옆에 있어줄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때 연락하면 기쁘게 맞아줄 것 같은 사람이 있다. LA 레이커스에는 그런 선수가 한 명 있다. 베테랑 가드 데릭 피셔(33). 그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사람이다. 어린 딸이 막망아종(retinoblastoma)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눈에 종양이 생긴 병으로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2006-07시즌까지 유타 재즈에서 뛰었던 데릭 피셔는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포기하고 딸을 치료할 수 있는 대도시로 가길 원했다. 재즈 구단도 그의 사정을 잘 알고 그의 성품을 잘 알기에 그가 필요했지만 계약에서 자유할 수 있게 해줬다. 농구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니까. 돈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니까. 피셔의 이동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돈에 이끌리어 이리저리 움직이는 많은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알게 해줬다.

무명의 대학 선수
아칸소-리틀락대학 출신인 피셔는 1996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24번으로 지명됐다. 레이커스가 그를 지명하자 LA 팬들은 "듣도 보도 못한 선수를 지명했다."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제리 웨스트 당시 레이커스 부사장의 눈은 정확했다. 피셔는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자마자 웨스트가 옳았다는 것을 입증했다. 3.9득점, 1.5어시스트, 출전시간 약 12분. 겉으로 보면 평범했지만 그의 존재는 레이커스 클럽하우스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존재는 귀했다.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눈에 띄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가 있으면 편안함이 느껴졌다.

기자들을 모으는 차분한 리더십
필자가 레이커스 경기 취재를 갈 때마다 그의 주위에는 기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꼭 필요한 말을 기자들에게 했다. 튀는 발언도 아니고 자극적인 언어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 주변에는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기에 편안한 사람이었다. 2003-04시즌까지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피셔는 2004-05시즌부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2004 플레이오프에서 그는 기적의 3점슛을 성공시킨 후 주가가 상승한 상황이었다. 그 시즌이 끝난 후 자유계약 선수가 된 피셔는 레이커스와 재계약을 할 수 없었다. '샐러리캡'으로 인해 레이커스가 그에게 충분한 연봉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가 워리어스와 계약한 것을 모두가 축복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당시 "피셔의 이동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는 높은 연봉을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씁쓸한 이동이 아닌 축복받은 이동이었던 것이다. 

유타 재즈로 트레이드
 워리어스에서 2년을 뛴 피셔는 유타 재즈로 트레이드됐다. 피셔는 이 트레이드에 약간 상처를 받은 듯했다. 그는 "아무런 언질 없이 트레이드돼 당황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즈로의 트레이드는 그에게 좋은 일이었다. 그는 재즈에서 베테랑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다. 피셔는 재즈가 서부 컨퍼런스 결승에 진출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이곳에서도 기적의 슛을 성공했다. 딸의 아픔과 어우러졌던 기적의 슛. 그는 화제의 인물이 됐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딸이 생후 10개월이었던 (2007년) 5월7일 피셔는 서부 컨퍼런스 준결승 시리즈 2차전에 2쿼터까지 결장했다. 딸이 긴급 수술을 받는 날이었고 피셔는 수술을 지켜본 후 3쿼터가 되어서야 경기장에 모습을 보였다. 유타 재즈 팬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피셔는 이날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에 3점포를 성공해 재즈의 승리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피셔는 시즌이 끝난 후 재즈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딸을 돌볼 수 있는 도시로 가기 위해서"였다. 안암 전문의가 있는 대도시로 가고자 그는 3년 2천1백만 달러의 계약을 포기했다. 피셔가 꼭 필요했던 재즈 구단의 래리 밀러 구단주는 생명의 소중함을 잘 알기에 두말없이 계약 해지를 허용했다. 피셔는 "농구 경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는 안암 전문의가 많은 LA에 정착하기로 했다. LA행을 결정(LA 레이커스와 계약)하면서 그가 잃은 액수는 약 7백만 달러였다. 자식의 생명은 7백만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었기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소금과 빛 같은 사람
 말만 하는 기독교인이 아닌 행동하는 기독교인인 피셔는 성경이 말하는 '소금과 빛'과 같은 사람이다. 딸이 고통 중에 있지만 그는 "모든 게 하나님 뜻이고 하나님은 나의 인생에서 축복했다."라고 고백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 사람은 하늘을 향해 "왜 당신은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나요?"라고 원망했을 것이다. 그의 손목 밴드에는 다음과 같은 이니셜이 적혀 있다. 'WWJD'. 이는 'What Would Jesus Do?'의 약자다. 예수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라는 의미다. 낮아짐과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피셔는 행복한 사람이다. 비록 승리가 최고인 프로 스포츠에서 이기는 자가 되고자 온 힘을 다해야 하지만 그 안에서 그는 WWJD의 의미를 되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종교를 떠나 그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인물이다.

밝은터

데릭 피셔 (Derek Lamar Fisher) / 외국농구선수
출생 1974년 8월 9일
신체 키185cm, 체중93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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