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와 영성

기독교 신자가 왜 자살할까 본문

유명인

기독교 신자가 왜 자살할까

밝은터 2010. 1. 31. 10:09

영어 단어 중 'brainwash'의 사전적인 의미는 '세뇌'. '세뇌'의 의미를 찾아보니 '본디 가지고 있던 생각을 다른 생각으로 개조한다'라고 나와 있다. 몇 년 전에 CNN닷컴의 톱기사로 '어린이 용병'이라는 글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전 세계 어린이 용병(child soldier) 25만 명에 이른다는 내용이었다.

아직 도덕과 가치관에 대해 교육을 받지 못한 어린이에게 '총으로 적을 죽이라'는 세뇌를 하면 그들은 어른보다 더 깔끔하게(?) 상대를 제거한다고 CNN은 보도했다. 어린이의 나이는 8세부터 10대 초중반이라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2007년 한국의 유명 탤런트 정다빈양이 자살을 했다는 보도가 많은 이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가수 유니가 자살한 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격은 두 배였다. 이들은 왜 자살을 했을까. '세뇌'의 영향인 것 같다. 그들은 이 세상의 '세뇌'로 인해 '본디 가지고 있던 생각'이 깨끗이 청소(wash)됐고 새로운 사상으로 무장했다. 바로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사상이다. 지금 돈을 모아놓아야 미래가 안정된다는 그런 사상이다. 그들은 그러한 사상에 '세뇌'되어 불안해했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비난에 민감했고 괴로움을 피하기 위해 자살을 선택했다.

 

 영화 배우 안성기씨는 당시 일간지 칼럼에서 "인기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는 게 연예인의 운명이지만 모든 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일 자체를 감사하게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연예인 후배들에게 강조한 바 있다.

 

소위 '성공'한 자만이 인정을 받는 연예계에서 조금만 인기가 떨어져도 불안해하고 우울증에 걸리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계도 비슷하다. 인기있던 선수가 인기가 떨어지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포츠 스타들 중 팬들의 박수가 사라지면 공허한 마음에 자살하거나 마약에 손을 대는 선수는 상당수다. 

 

 정다빈, 유니의 자살 사건을 보면서 더욱 안타까웠던 사실은 이 두 사람이 기독교 신자였다는 것이다. 특히 정다빈은 매니저 말을 빌리면 '절실한' 기독교 신자였다고 한다. 두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첫 번째는 '절실한' 신자 정다빈은 교회에서 '성공에 대한 세뇌'를 재확인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요즘 교회를 가보면 대부분(그렇지 않은 교회도 물론 있다) '성공'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그게 신의 축복이라고 한다. 물론 축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물질적 축복이 지나칠 정도로 강조돼 신자들은 '물질적 성공을 다짐하며(!)' 교회 문을 나선다. 정다빈은 어쩌면 그 물질적 축복 메시지에 재무장되어 교회 문을 나섰을지 모른다. 두 번째는 교회에서 청빈과 작은 것에도 감사한 삶을 이야기했지만 본인이 워낙 '성공 신드롬'에 세뇌되어 그런 메시지는 들어도 들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설교 메시지가 '성공 신드롬' 메시지를 밀어내지 못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성경의 인물들을 보면 고전 끝에 축복을 받은 이들을 여러 명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예수님이고 대부분의 인물은 어려움을 견디고 하늘의 축복을 받았다. 그때만 조금 견뎠더라면 좋았을텐데 견딤의 미학은 교회를 지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기독교 성서와 기독교 역사를 보면 축복의 신학보다 인내의 신학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었음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견디면 반드시 축복은 기다린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금 옆에 신문 또는 잡지가 있다면 한 번 열어보자. 모두 소위 말해 성공한 자의 성공 또는 실패 이야기로 도배되어 있다. 결국 지금 내가 쓰는 이 글도 성공한 유명인의 실패담이다. 심지어 신문의 종교면에도 성공한(?) 자의 스토리로 가득하다.

 

 왜 그럴까? 세상 사람 대부분이 성공해야 한다는 '세뇌'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세뇌되어야 하는가. 오늘 하루 우리는 무엇을 읽고 무엇을 하며 세뇌를 당해야 하는가. 어떤 세뇌를 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것은 우리 각자의 선택이다. 우리에게는 다양한 선택권이 분명히 있다. [밝은터]

'유명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님 개입의 차이  (0) 2011.01.27
사랑하는 이유  (2) 2010.05.19
[사사기와 대중문화의 만남(2)] 기드온과 유재석  (0) 2010.01.15
김미현과 김장훈의 기부  (0) 2010.01.13
잠시 렌즈를 버렸던 사연  (0) 2009.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