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와 영성

진실과 거짓을 놓고 결정을 내릴 때 본문

스포츠

진실과 거짓을 놓고 결정을 내릴 때

밝은터 2010. 1. 15. 07:19

Showdown
Showdown by jsnell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독일의 천재 신학자였던 디트리히 본회퍼는 제2차 세계대전 무렵, '살인마' 히틀러를 암살하기로 결심했다. '암살'이라는 것은 일단 사람을 속여야 하는 일이고, 사람을 죽이는 일이기에 촉망받는 신학자인 그로서는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는 "무고한 사람들에게 차를 몰고 돌진하는 어떤 미친 운전자(히틀러)의 손에서 억지로라도 운전대를 빼앗기 위해" 거사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그는 그 상황에서는 '정의와 평화'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암살 계획은 그러나 수포로 돌아갔고 본회퍼를 포함한 저항 동지들은 게슈타포에 체포되었다. 본회퍼는 1945 49, 히틀러의 특별 명령에 의해 사형됐다. 본회퍼의 이야기는 '진실과 거짓' 그리고 '정의와 평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진실과 거짓'을 놓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다. 독재자가 목에 총을 대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라고 할 때 우리는 진심을 감추고 따른다. 비겁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살겠다'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진심'을 드러내며 죽음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진실'을 위해 죽은 것이기 때문에 칭송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진심'을 숨긴 사람을 비겁하다고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스포츠계에도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하다. 호세 칸세코가 '메이저리그 스테로이드 사용'을 폭로하기 전까지 이를 알면서도 쉬쉬했던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은 진실을 속이는 거짓말쟁이인가. 이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혼란에 빠지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알면서도 말을 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자. "스테로이드 사용은 잘못된 일인데..."라고 생각하면서 폭로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었다. 물론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이를 '장려'했던 리그의 고위 관계자들은 명백한 '거짓말쟁이'였다.

필 잭슨( LA 레이커스 감독)은 수년 전 "단장이 되고 싶지 않은가"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단장은 거짓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원치 않는다"고 답변했다. 프로 스포츠의 단장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한다. 그런 사람에게 "당신은 거짓말쟁이야(You are a liar)"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는 아주 '얇은 선(thin line)'이 있다. 단장이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면 그는 '거짓말쟁이'. 그러나 '집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자의 질문에 거짓 답변을 했다면 그 단장은 손가락질을 받을 이유가 줄어든다. 물론 '얇은 선' 때문에 '진실과 거짓'은 그것을 쉽게 넘나드는 사람들에 의해 오용되는 맹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부부는 매일 싸워요. 싸울 때 입에 담기 어려운 더러운 욕도 하고 때로는 폭력도 써요"라고 어떤 점잖은 남자 또는 여자가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하자. '진실'을 말하긴 했지만 이는 '거짓말'보다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황우석 박사는 아마 이 '진실과 거짓'의 얇은 선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진실'을 말했을 때의 파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다보니 점입가경이 됐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USC의 풋볼 스타였던 레지 부시는 부모가 아마추어 선수인 아들의 능력을 이용해 불법적인 혜택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음에 따라 곤란한 상황에 있었다. 그는 "부모의 재정 상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은 아파트에서 살던 부모가 70만 달러가 넘는 고급 주택으로 이사했을 때 그 뒷배경을 큰아들이 모를 리 없다. 부시는 앞으로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할 것이다. 만약 부시가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나는 그를 욕하지 않기로 했다. 그가 '진실'을 고백하면 이 일과 상관없는 소속학교(USC)가 엉뚱한 피해(2005년 성적 몰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실과 거짓'을 놓고 고민할 때 이것이 '정의와 평화(질서)'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다. [밝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