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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과 부담으로 가득했던 미셸 위

밝은터 2010. 1. 6. 06:27

Dubai Ladies Masters - Round Four

몇 년 전에 미국 오렌지 카운티에서 열렸던 '아버지 교육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 세미나에는 10대 자녀를 둔 아버지들이 참석했는데 질문과 답변 시간이 매우 유익했다. 아버지들의 질문에는 이시우 심리학 박사, 여천기 정신과 의사가 답변을 했다.

한 아버지가 질문을 했다. "우리 아이는 학교, 교회, 예술활동 등에서 열심이었는데 어느 날 아무것도 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I hate...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I hate school, I hate church 등등.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시우 박사는 이에 대해 "아이가 탈진(burnout)된 겁니다. 너무 많은 것을 시키셨네요. 학교 가는 것만 빼고 활동을 모두 중단하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답했다. 이 박사는 "아이들이 많은 부담을 안고 있으면서도(overload)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처음에는 하라는 대로 하지만 부모가 완벽하지 않음을 깨닫는 나이가 되면 부모를 원망하면서 그들이 바라는 것을 하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 시간에 여러 사연을 접하면서 나는 골퍼 미셸 위(한국어명 위성미)를 생각했다. 이 박사가 말했던 두 영어 단어가 생각났다. overload burnout. 어린 나이에 유명해진 미셸은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했다. 학교 공부하랴 인터뷰하라 골프 연습하랴 미 전국으로 이동하랴 너무 바빴다. 미셸은 아주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일들이 '재밌다(it is fun)'고 했지만 비난이 쏟아지면서 더 이상 재미있는 일이 되지 못했다.

미셸은 계약에 따라 대회에 참가하는 의무적인 일을 했다. 마치 '부모의 강요로' 이곳저곳에서 학원 교육을 받는 미국 내 한인 청소년들처럼 말이다. 미셸은 어떻게 보면 그동안 참 잘 견뎠다는 생각도 든다.

결과는 참담했다. 여자 대회인 LPGA 투어에 출전하면 상위권에 올랐던 그는 한동안 기권 아니면 최하위에 머무르는 평범 이하의 선수로 전락했다. overload로 인한 burnout의 결과다. 미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세계적으로 유명인이 된 것이 미셸에게 '(fun)'이었지만 지금은 프로 선수로서 ''과 연관되어 경기에 임해야 하기 때문에 더는 '(fun)'이 아닌 상황에 있다.

미셸에게 가장 바람직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아마추어 선수로서 학교 공부에 충실하면서 아주 가끔 '(fun)'으로 성인 대회에 출전하고 대학에 입학한 후 성인으로서 준비가 될 때 프로로 전향했다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다. 2009년에 미셸은 첫 LPGA 우승을 차지해 그나마 체면치레는 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사실은 미셸 위의 overload burnout은 미국 내에 거주하는 많은 한인 1.5세 및 2세 청소년들이 경험하고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학교 공부 외의 과외활동으로 수용 용량을 초과해 탈진(burnout) 직전의 상태에 있다. 한국의 청소년도 비슷하다. 이들은 '빨리 대학에 입학해 집을 떠나는' 꿈을 꾼다. 아이들이 18세가 돼 독립심과 도전정신 때문에 집을 떠나는 게 아닌 집이 싫어서 떠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가고자 하는 대학을 결정할 때 '집에서 먼 곳이면 된다'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그들에게 가정은 overload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가정은 쉬운 곳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의 형제들은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해 의심을 품었고 무엇을 하려고 하면 방해하는 자들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살던 마을을 떠나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설교했던 것 같다. 가정은 참으로 좋으면서도 부담과 탈진의 원인이 되는 곳이다. 이 가정을 천국으로 만들면 좋을텐데 쉽지만은 않다. [밝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