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와 영성
2107년에 쓴 배리 본즈 이야기 본문
지금은 2107년. 배리 본즈라는 선수가 행크 애런의 개인 통산 홈런 기록(755개)을 경신한 지 100년이 지났다. 100년 전에는 본즈의 대기록 작성을 어떻게 기록했는지 궁금했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파일 사이즈 2GB의 고화질 동영상을 1초 만에 다운로드해 당시 대기록 작성 상황을 지켜봤는데 나름 감동이 있었다.
그리고 미국의 주요 언론의 ‘옛날신문’을 검색해서 읽어봤다. LA 타임스, 뉴욕 타임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 등에서 100년 전에 게재한 글이었다. 대부분 기사는 스테로이드의 도움을 받은 홈런 기록이라는 내러티브였다. '실제로 일어난 일(story)'은 756호 홈런을 때려낸 것이었지만 이에 대한 내러티브는 '사실'보다 작게 느껴졌다. '역사적 지식'은 '실제로 일어난 일'과 동일하지 않다는 역사가들의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역사'는 '사실'보다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대로 홀로 때로는 섞여서 존재한다. 현실에서는 사실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어떤 부분을 차용했는지 어떤 부분에 의미를 부여했는지가 기록으로 남게돼 후세의 사람들은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진실이 될 때도 있다.
100년 전에 배리 본즈가 756호 홈런을 때려낸 것이 '역사'이지만 그것을 기록하는 자(역사가, 기자 등)들의 관점에 따라 '역사적 지식'은 다르게 전달됐던 것이다. 그것이 스테로이드의 도움을 받은 것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본즈가 756호 홈런을 기록한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사실'임에도 내러티브에 따라 '사실'이 아닌 것처럼 묘사될 수도 있다.
101년 전 한국(그때는 통일 전이었으니까 남한)에서는 황우석이라는 서울대 교수가 줄기세포와 관련된 논문 조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기록이 ‘옛날신문’에 있다. 그가 논문조작을 한 것은 잘못된 일이었지만 그의 나머지 연구업적마저 모두 조작처럼 묘사되어 한국은 스스로 어려움에 빠졌던 기록을 볼 수 있다. 이는 부정적인 내러티브의 홍수 속에 '사실’과 ‘진실’이 묻혀버린 안타까운 사실이다.
약 2100년 전 1세기에 살았던 예수님도 후세 역사가 및 기자들의 부정적인 내러티브에 의해 난도질을 당해 결국 그가 했던 '역사적인 일'은 거짓 나레이터에 의해 조작된 일로 치부되곤 했다.
100년 전에 본즈가 755홈런을 넘어섰던 것은 역사에서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조작을 하려해도, 치밀한 내러티브로 가리려고 해도 '팩트'는 '팩트'인 것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첨언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즈의 기록 옆에 별표(*)가 있고 '스테로이드 논란 속에서 홈런 기록을 세웠음'이라는 내용이 있는 것처럼 첨언은 가능한 것이다.
스테로이드 도움이었든 아니었든 본즈가 755홈런을 경신한 것 자체를 '사실이 아니다'라고 우겨버리면 그 사람과는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게 된다. '내가 본 것 외에는 믿을 수 없다'는 사고를 가진 사람과는 역사를 논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100년 전 스타인 본즈에 대해 첨언한다면 '욕심을 부리지 않았더라면 존경받는 당대 최고의 타자로 기록됐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심 전 모세와 같은 타이거 우즈 (0) | 2010.01.11 |
---|---|
노블레스 오블리쥬와 프로 선수들 (0) | 2010.01.10 |
논지 좀 파악하면서 읽자 (0) | 2010.01.07 |
탈진과 부담으로 가득했던 미셸 위 (0) | 2010.01.06 |
'낀존재'가 될 것인가 '쌍방향 존재'가 될 것인가 (0) | 2010.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