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와 영성

It's my fault 본문

스포츠

It's my fault

밝은터 2009. 12. 28. 04:39



미국에서 동네농구를 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 My fault(내 실수다)’라는 말이다. 자기가 잘못해 상대편에게 공을 넘겨줬다는 표현인데 처음 들었을 때는 신선했다. 대부분 ‘네 탓이야(Its your fault)’라고 하는 문화 속에서 있다가 이러한 표현을 처음 들었을 때 이것이야말로 ‘문화충격’이었다.

우리의 뇌는 ‘남의 탓’을 찾는 데 훈련이 잘되어 있는 것 같다. 물론 건전한 비판 의식은 좋은 것이지만 ‘나는 잘못이 없다’는 이유를 찾고자 도가 지나치게 ‘남의 탓’을 하면 화목이 깨지게 되어 있다. 미국이 ‘남 탓’을 전혀 하지 않는 나라는 아니다. 미국도 LA 폭동 당시 모든 잘못을 한인 사회에 뒤집어씌우려고 시도했고 몇 년 전 조승희 사건이 터졌을 때도 굳이 ‘Seung Hui Cho’를 ‘Cho Seung Hui’로 사용하며 미국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포장하려는 숨은 의도가 엿보였다. 또한 이 학생을 무조건 정신병자로 몰아서 사회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좋았던 것은 순수한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승희야, 네가 그렇게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못해준 것이 미안하다’는 내용의 여학생 편지와 ‘한국인이 죄의식을 느낄 필요 없다’는 시민들의 반응을 통해 미국의 시민의식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니던 교회가 미국 교회를 빌려 쓰고 있었는데 당시 미국 교회의 담임 목사님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런 불운한 일이 일어난 것은 이 사회 모든 구성원의 책임입니다라고 한국인 교회 교인들에게 말을 해줘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남의 일이지만 ‘내 탓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을 둘러보게 되어 있다. 내 자녀들에게 내가 잘 못한 것은 없는지 이 아이들이 부모와 충분한 대화를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을 것이다. ‘네 탓이야’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여전히 지금까지의 삶과 똑같이 살게 될 것이다.

NBA 경기를 보면서 선수들의 입 모양을 잘 보면 ‘마이 폴트(my fault)’라고 하는 선수가 많은 팀이 친화력이 좋음을 알 수 있다. ‘마이 폴트’라고 하는 이유는 자신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팀 동료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니 안심해라’라는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동료를 위하는 마음인 것이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게 아니라 동료와 화목케 하는 바람직한 일이다. ‘유어 폴트(Your fault)’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행복해 하지 않는다.

‘마이 폴트’라고 말하며 ‘죄의식’에 빠지자는 말이 아니라 ‘마이 폴트’ 발언으로 동료를 행복하게 해주자는 뜻이다. 아이들에게 ‘그건 내 탓이야. 미안해.(Thats my fault. I am sorry.)’라고 말한 후에 반응을 보면 아이들이 오히려 부모를 존경하게 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가정, 직장, 단체 등에서 ‘저건 내 탓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집단의 구성원은 행복하다. 자괴감을 느끼고 ‘내 탓이야’라고 하자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사랑으로 저건 내 탓이야라고 하자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우리는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네 탓이야’라고 프로그램이 된 CPU()가 자동 부팅 하도록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밝은터]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을 내지 못하고 있었을 뿐  (0) 2009.12.31
나스카 자동차 경주와 컨텍스트  (0) 2009.12.29
주목받지 않은 영웅(Unsung hero)  (0) 2009.12.28
거인을 앞에 두고...  (0) 2009.12.27
이성과 영성  (0) 2009.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