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와 영성

나스카 자동차 경주와 컨텍스트 본문

스포츠

나스카 자동차 경주와 컨텍스트

밝은터 2009. 12. 29. 04:49

DANICA PATRICK

자동차 분야는 아마도 내가 가장 관심이 없는 분야일 것이다. 지인들이 "무슨 차 타고 다니냐?"고 질문을 하면 당장 답변을 못할 정도다. '내가 무슨 차를 몰고 다니지?'라고 3초 정도 생각하고 난 후에야 답을 한다. 어떤 때는 기억을 해내지 못해 그냥 "회사는 OOO인데 모델은 기억이 안 난다"고 말을 한다. 그 정도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없다. 또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운전이다. 운전하는 게 왜 이렇게 싫은지….

그런데 몇 년 전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동차 경주다. 더 상세히 말하자면 나스카(NASCA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적이 있었다. 지금은 관심이 줄어들었지만.

전에는 TV를 봐도 '자동차 타고 빨리 운전하면 이기는 지루한 경기'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당시에는 다른 시각으로 보니 꽤 볼만한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스카에 대한 공부를 하고 경기를 계속 보다 보니 풋볼 이상의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슴을 '콩닥콩닥' 뛰게 만드는 경기라고 할까.

몇 년 전 '나스카의 수퍼 보울'인 데이토나 500을 볼 기회가 있었다. 얼마나 흥분되고 가슴이 뛰는지 내내 탄성을 질렀다. 경기 중간에 접촉 사고가 날 때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토니 스튜어트, 지미 존슨, 데일 언하트 주니어의 자동차가 사고로 더 이상 경주에 참여하지 못하자 "저런~"이라는 걱정하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자동차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왜 나스카 경기에 이렇게 빠져 있을까 라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졌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컨텍스트(context)'를 알고 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미국인들이 왜 이 스포츠를 좋아하는지 어떤 선수가 유명한지 어떤 선수가 어떤 도전을 하고 있는지 이 대회가 어떤 대회인지 대회 우승자에 어떤 혜택이 있는지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왜 열광하는지 등등을 알고 보니 재미가 있었다.

다른 스포츠 종목 또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두 분에게서 들은 기억이 있다. "네트에 공 넣는 것에 사람들이 왜 열광하고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농구나 축구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이런 분이 스포츠 경기를 보면 '네트에 공 넣기(농구 축구)' '땅 따먹기(풋볼)' '막대기에 공 맞추기(야구)'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스포츠에는 겉보기와는 다른 '인생의 드라마'가 있다.

다른 분야도 컨텍스트(주변 상황)를 모르고 볼 때 마찬가지 해석을 내리게 된다. 우리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컨텍스트는 참으로 중요하다. 텍스트(text)만 보면 어이없는 말이지만 컨텍스트 안에서 본 텍스트는 적절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전에 나스카를 볼 때 컨텍스트는 무시하고 텍스트만 봤던 것 같다. 그러니 '자동차 운전을 빨리해서 이기는 지루한 경기'라고 10여 년 동안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독자 여러분에게 나스카를 좋아하시라고 하는 말은 아니다. 깨달은 점이 있어서 나누고 싶었다.

성경을 읽을 때도 컨텍스트(성경 속의 상황과 현재 성경을 읽는 나와 이웃의 상황)를 알고 읽는 것이 살아 있는 성경 읽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밝은터]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박한 삶의 아름다움  (0) 2010.01.01
열을 내지 못하고 있었을 뿐  (0) 2009.12.31
It's my fault  (0) 2009.12.28
주목받지 않은 영웅(Unsung hero)  (0) 2009.12.28
거인을 앞에 두고...  (0) 2009.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