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와 영성
미디어에 드러나는 이성과 영성 본문
과거에는 피회견인(interviewee)이 종교적인 발언을 하면 기자가 알아서 이 내용을 삭제하거나 완화시키는 경향이 있었다. 20세기 이성주의의 영향 때문이었다. 종교는 비이성주의의 결과이고 이성주의의 시대에는 종교적 발언이 '무지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종교 언론이 아니라면 그런 발언을 보도하는 일은 드물었다.
미국은 이성주의를 앞세운 대표적인 나라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바뀌고 있다. 이성주의(rationalism)가 뒤로 살짝 물러나고 영성(spirituality)이 대두되고 있다. 이성주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언론들도 이러한 추세를 묵과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종교 언론이 아니더라도 영성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1-2년 전쯤으로 기억하는데 미국 내 최고의 스포츠 잡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 최고의 시사주간지인 타임 매거진은 같은 주에 영성에 대한 기사를 커버 기사로 다뤘다.
당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의 표지를 보면 프로풋볼(NFL)의 스타인 레이 루이스가 손뼉을 맞대고 기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제목도 '레이 루이스가 말하는 복음(The Gospel according to Ray Lewis)'이다. 기사 내용도 상당히 종교적이다. 왜 그럴까? 과거에도 선수들이 종교적인 내용으로 인터뷰를 많이 했지만 이는 기자와 편집자에 의해 무시되는 경향이 있었고 반면 지금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는 편집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같은 주에 나왔던 최고의 시사주간지인 타임 매거진의 표지에서도 이런 추세를 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제목이 아예 '신과 과학(God vs. Science)'이다. 커버스토리로 신과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당시 미 주류 언론의 인사 발령도 흥미로웠다. 대부분의 언론이 편집국장을 교체하며 사업 부진의 원인을 제거하고 위해 나섰는데 이성주의만을 고집하는 편집국장들은 대부분 해고되거나 높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성과 영성의 지식을 공유한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타임 매거진이 최근 편집국장을 교체한 이유도 바로 그런 맥락이다. LA 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일간지들도 그런 추세를 받아들이며 교체를 할 분위기다.
왜 그럴까? 기성세대에게는 여전히 이성주의가 통하지만 떠오르는 세대에게는 이성주의는 실패한 이데올로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성주의로 과학이 발달했지만 삶이 행복해지지 않았다는 새로운 세대의 판단이 이러한 사회적인 추세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떠오르는 세대는 절반 이상이 부모의 이혼으로 아픔을 경험했고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고 사회복지제도가 무너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싸여있다. 새로운 세대는 이를 이성주의의 산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영성이다.
스포츠 잡지나 기타 주류 언론에서 쏟아내는 기사들을 읽고 있노라면 세상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한다. 싫건 좋건 영성을 종교 섹션으로만 몰아넣는 시대는 이미 지난 듯하다. 21세기는 이성과 영성을 잘 조화 하는 자가 리더가 되는 흥미로운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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